사소한 것들의 역사

사람보다 사자가 먼저 탑승한 엘리베이터 / 엘리베이터의 역사

Fig.1 2021. 6. 10. 16:39

동력을 이용하여 사람이나 짐을 위아래로 실어 나르는 장치 
- 한국어기초사전

 

 

 

물체를 들어 옮기는 기계 장치를 호이스트(Hoist)라고 하는데요. 일종의 기중기라고 생각하면 되죠. 이 호이스터에 사물이나 사람이 탈 수 있는 칸이 있으면 리프트, 이 칸의 사방이 닫혀있으면 엘리베이터로 구분할 수 있어요. 하지만 보통 미국이나 국내에서는 엘리베이터로, 영국에서는 리프트로 통칭해서 사용해요.


 

1. 사물→사자→사람

Fig.1 콜로세움에 있는 사자용 엘리베이터

초기에는 호이스트 형태의 엘리베이터가 있었어요. 이집트 피라미드 건설 시에 쓰였죠. 80년에 완성된 로마의 콜로세움에는 사자를 경기장으로 내보내기 위한 엘리베이터가 있었어요. 이후 엘리베이터는 별다른 발전 없이 이어져 오는데요. 1670년대 수학자 에르하르트 웨겔(Erhard Weigel)의 7층짜리 집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는 기록만이 눈에 띄죠.

 



2. 본격 엘리베이터의 시대, 19세기 

본격적으로 엘리베이터가 쓰인 건 19세기부터인데요. 1804년 더비셔의 6층짜리 면화 공장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어요. 1830년대에는 제노바의 사르데냐 왕실 부부의 궁전에 6명이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어요. 이외에도 1830년대에는 이미 유럽의 수많은 섬유 공장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죠.

 

1834년에는 철케이블이 발명돼 하중 용량이 커지게 되면서 엘리베이터가 널리 쓰이게 되었어요. 광산에서는 레일을 이용한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이용되기 시작했죠. 승객을 위한 엘리베이터도 있었는데요. 1842년에 세워진 보스턴의 벙커 힐 기념탑에는 6명의 승객을 운반할 수 있는 증기식 엘리베이터가 있었죠.




3. 엘리베이터 줄이 끊어져도 안전하다고?! 그런데도 안쓴다고?

Fig.2 오티스의 엘리베이터 안전 제동장치 시연

엘리베이터의 극적인 발전은 1853년 뉴욕 세계 박람회를 기점으로 하는데요. 이곳에서 엘리샤 오티스(Elisha Otis)가 엘리베이터 안전 제동장치를 최초로 시연했죠. 오티스는 약 15m의 높이에서 엘리베이터의 밧줄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어요. 밧줄을 자르자 안전 브레이크가 작동해 엘리베이터는 불과 몇 cm만 움직이고 안전하게 멈추었죠. 오티스는 이것을 안전 호이스트(safe hoist)라고 불렀어요. 

 

이 안전 호이스트는 1857년 하우후트 빌딩(Haughwout Building)에 설치되었지만, 3년 만에 운행을 중단하게 되는데요. 너무 느렸기 때문이죠. 당시 안전 호이스터는 분당 12m의 속도로 운행되었는데, 5층짜리 하우후트 빌딩 꼭대기까지 가려면 약 2분이나 소요되었다고 하네요.

 

이외에도 1859년에는 오티스 터프스(Otis Tufts)가 "수직 스크류 엘리베이터"라는 장치로 특허를 받았어요. 이것은 천장이 닫혀있는 엘리베이터로, 진정한 의미로 최초의 엘리베이터라 볼 수 있죠.


*오늘날 오티스 엘리베이터 회사가 바로 엘리샤 오티스가 설립한 회사입니다. 

**오티스 터프스는 엘리샤 오티스와는 관련 없는 인물로 엘리베이터 특허보다는 증기식 인쇄기 발명자로 더 유명하다네요.

 

 

4. 10층 이상은 엘리베이터가 국룰

Fig.3 보렐 빌딩 (1870)

당시 엘리베이터의 운행 속도가 느렸던 이유는 증기 기관으로 작동되었기 때문인데요. 이로 인해 엘리베이터는 위로 올라가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단 관광명소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1870년대 유압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엘리베이터는 비로소 제 몫을 하게 되죠. 처음으로 유압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건물은 뉴욕의 보렐 빌딩(Boreel Building)으로 1878년에 건설되었어요.

 

Fig.4 홈 인슈어런스 빌딩 (1885)

1885년에 건설된 12층짜리 홈 인슈어런스 빌딩은 세계 최초의 마천루인데요. 이곳에는 엘리베이터 4대가 설치되었죠. 고층 빌딩의 시대가 오면서 이제 엘리베이터는 건축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었어요.




5. 이외의 사실들 

- 19세기 후반까지 고층은 주로 빌딩 관리인이 살았고, 저층이 비싼 층이었는데요. 1890년대 전기 모터가 등장하고, 스카이라인이 생기면서 꼭대층에 펜트하우스가 들어서게 되죠.


- 1931년에 지어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는 무려 73개의 엘리베이터가 있었어요. 당시 유례없는 속도였던 분당 365m로 운행되었죠. 현재 15층 아파트가 분당 60m로 운행되는 것과 비교해봐도 아주 빠른 속도랍니다.

 

- 국내 최초의 엘리베이터는 1914년 조선 호텔에 설치된 것으로, 일명 '수직 열차'라고 불렀죠.

 

 

 

<참고문헌>

Stephen .R. Nichols, The Evolution of Elevators: Physical-Human Interface, Digital Interaction, and Megatall Buildings, The National Academies Press, 2018

Andreas Bernard, Lifted: A Cultural History of the Elevator, NYU Press, 2014

장림종, 박진희, 대한민국 아파트 발굴사, 효형출판, 2009